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왼쪽 가르마의 짧은 흑발. 아주 짙고 억세서 정리가 안 되는 터라 보통은 헤어 왁스로 대충 정리해 모양을 유지한다. 눈꼬리가 아래로 내려간 실눈 ― 다 뜬 거다 ― 인데 눈썹은 10시 10분을 향하고 있어 다소 진지한 바보 같다. 그래서 왼쪽 눈가에 긴 칼자국이 있음에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얼굴. 본인도 그러한 점을 알고 있어서 얼굴을 시원하게 까고 다니는 편이다. 코는 평범한 높이지만 반듯하고 끝이 뾰족해, 적당히 온순하고 적당한 날렵한 인상이다. 얇은 입술이 특징인 입은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조금 큰 편에 속하며, 입동굴까지 있어서 활짝 웃고 있을 땐 세상에서 가장 호탕한 쾌남으로 보인다. 다만, 아랫니가 조금 삐뚤빼뚤하기 때문에 개구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유독 동그랗고 커다란 귀는 앞쪽으로 회전해 있어서 정면에서도 잘 보인다. 왼쪽 귀에 피어싱을 뚫었던 모양이 흔적 기관처럼 남아있는데 그냥 예전에 멋으로 뚫었었다고.
키가 아주 크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덩치도 발군. 넓은 어깨와 가슴은 가는 허리와 대조되어 더욱 위압적이다. 성장기 때 이것과 관련해 시비를 여럿 받았던 모양인지 어깨를 조금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것이 버릇. 그래서 188cm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발도 아주 큰데, 특히나 그의 발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크기 때문에 그가 신는 신발을 보면 거의 군함 같다. 상당한 몸무게지만 전부 생활형 근육이라 탈의한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호리호리하다고 여길 수도. 많이 먹는 것이 무색할 만치, 엄청난 운동량과 신진대사량을 가지고 있어 덕분에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다. 그래도 근육은 잘 붙는 편. 덧붙여 그의 몸에는 자잘하고 흐릿한 상처들이 덩굴처럼 새겨져 그를 휘감고 있는데 특히 왼손의 정도가 심하고, 대부분이 훈련 중에 생겼다. 바코드는 짧고 얇은 직선 모양으로, 목 뒤에 가로로 뉘여 있다.
제복 코트가 몹시 길고 품이 넉넉하다. 그의 엄청난 체구를 고려하면 키가 크고 체격이 좋다 싶은 사람들도 영입기 곤란한 옷. 여간해선 실내에서도 코트를 벗지 않는데 첫째로는 의자에 걸어뒀다간 옷 밑단이 바닥에 질질 끌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쉴 새 없이 먹느라 생긴 뱃살이 부끄럽기 때문이라나. 사실은 그의 상체를 휘감고 있는 특수 장치와 아래의 무기를 가리기 위해서 그렇다. 코트에 숨겨진 오른쪽 허리춤에는 검이 있고, 왼쪽 허벅지 옆면에 착 붙는 더블 벨트 형식 주머니에는 작은 크기의 왼손용 너클 나이프가 들어있다. 참고로 이 주머니는 헐렁한 천이 아니라 금속 너클을 딱 끼울 수 있게 제작된 미니 금속 케이스. 전투 중에 검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손가락이 뚫린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다닌다. 가죽보다는 가죽처럼 보이는 특수한 소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지만. 신발은 투박한 검은색 군화로, 신고 있을 때면 똑바로 선키가 무려 195cm에 달한다.

정 많은 푼수. 도통 생각이란 게 없는 것 같다. 시종일관 안일하고 엉성해서 핀잔을 자주 듣는 편이고, 그래서 '야무지다'라는 속성과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와 야무지다는 속성이 공존할 때는 오직 식사 중일 때! 살아가는 게 걱정될 만치 심한 허당이나 적당히 넉살 좋고 능청스러우며 다정다감한 성격인 탓에 좀처럼 미움을 사는 일이 없다. 더욱이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라 어찌 보면 부려 먹기 좋은 인물인 듯하다.
그러나 이따금 보이는 그의 부적절한 엉뚱함은, 막 예의를 배우기 시작한 5살 꼬마애와도 같고, 확실한 표현으로는 '악의없는 무례함'이 맞을 듯하다. 활짝 웃는 낯짝으로 듣는 이가 불쾌한 말을 불쑥 내뱉는다든지, 그래서 누구나 눈치를 보며 쉬쉬하고 있을 때 어쩌다 모두의 곤란한 호기심을 해결해준다든지. 신랄하게 굴려던 것은 분명 아닐 테다. 그저 태생이 숨길 수 없을 만치 솔직한 사람일 뿐.
게다가 그는 심각한 행동파! 그와 '계획'이란 단어는 태양부터 지구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멀다. 그런 상태에서 특유의 안일함과 부적절함이 만나면 '우선 저지르고 보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럼 능률적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요령을 모르고 그냥 덤비기만 하니 일을 망치기 일쑤. 그래도 7년 동안의 단체 생활 중에 배운 게 있는지 최대한 남의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하고자 노력한다.
절제를 모르는 고집쟁이. 남이 자신더러 틀렸다고 하는 것에는 아무런 반감도 없고 오히려 "아하하, 그런가~!"하곤 부드럽게 넘어가는 편인데, 식욕이나 수면욕 같은 본능과 관련된 곳에선 그 고집이 짙게 나타난다. 그래서 그만 먹으라거나 그만 자라는 말에 심하게 투덜댄다. 그래도 후자의 경우엔 심한 늦잠꾸러기가 아니니 다행! 하지만 절제란 개념을 아예 모르는 것 같다는 의견엔 변함이 없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인생을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신체 능력 강화]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해 심신을 극도의 흥분 상태로 만드는 이능력. 당연히 일반 성인 남성이 흥분했을 때 내는 힘보다 몇 배는 뛰어나다. 컨디션이 좋고 잘만 집중하면 단단한 철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으나 흥분이 과해 이성적인 사고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므로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본능에 모든 걸 맡기고 움직이는 상황. 그러나 육감적으로 변한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능력은 그를 비록 무의식적이나 뛰어난 전략가로 만들어주기도 해서 개별 전투 같은 상황엔 몹시 훌륭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지속 기간이 짧아 속공 위주의 검술을 쓴다는 점과 인간의 몸으로 근접형 싸움 방식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흠.
패널티는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져 심신이 금방 피로해지는 것. 지나칠 만큼 추위나 더위를 느끼고, 가벼운 바람 소리에 고막이라도 찢어지는 듯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심할 땐 가벼운 상처임에도 쇼크에 빠져 기절하는 때도 있다. 그래서 전투 불능은 물론, 이동 불능의 상태에 자주 빠진다. 신체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기도 하는데, 보통은 쓰지 않는 힘까지 끌어다가 쓰는 능력이므로 일시적으로 심한 허기와 근육통을 느낀다. 전투 후 허겁지겁 식사하는 그의 옷 아래에는 파스가 한가득. 엄청난 식탐 역시 패널티의 한 종류라 할 수는 있겠지만……. 원래부터 위가 컸으니까!
[개인전투무기]
공격용 기계식 너클 나이프와 방어용 검. 편의상 너클 나이프와 장검으로 나눠 부른다. 장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가면서 너클 나이프로 공격하는 방식. 장검의 길이는 130cm 정도. 한쪽에만 칼날이 있는 베기용이며, 가벼운 무게와 높은 내구성을 동시에 지닌 위협적인 무기다. 그 때문에 공격을 시도할 때 쓰기도 한다. 너클 나이프는 널리 알려진 것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데, 상대에게 데미지를 가하는 부위마다 전기가 통하게끔 되어있다. 그 부위를 설명하자면, 손등을 향해 솟은 2cm 정도의 송곳 4개와 20cm 길이의 나이프― 손으로 쥐는 부분까지 합하면 30cm ― 가 바로 그렇다. 따로 구축된 서버를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원리. 허벅지에 있는 케이스가 이동식 충전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케이스에서 분리된 순간부터 2시간 30분 정도 자유롭다. 전류의 세기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보통은 굉장히 높은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조심할 것. 참고로 나이프 모양이 물결처럼 구불구불해서 상대의 부상 부위를 직선 모양의 칼날보다 더욱 완벽하게 헤집을 수 있다. 그러니 전류가 흐르지 않아도 충분히 위험한 무기인 셈.

11월 9일생.
양손을 사용하는 싸움 방식 때문에 양손잡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그 사용이 능숙하다. 다만, 둘의 필체가 판연하게 달라서 가끔 동료를 놀려먹을 때 왼손으로 익명의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엄청난 식탐을 가졌다. 늘 양손에 무언가를 쥐고서 쉬지 않고 먹는다. 하루에 여덟 끼를 해치우고도 모자라 배가 허기지단 이유로 에너지바를 물처럼 먹어댄다. 그가 뭘 먹고 있을 때는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 한 입만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반대로 그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첫째도 음식, 둘째도 음식! 덧붙여 그의 입맛은 아주 자극적인 향신료가 첨가된 길거리 음식이고 그중에서도 햄버거와 핫도그를 가장 좋아한다.
가벼운 해요체 말투지만 가끔 해체가 튀어나온다. 끝이 길게 늘어지는 듯한 말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보통은 "~ 씨!" 라고 부르나 이따금 남에게 이상한 별명을 지어 멋대로 부르고 다니기 때문에 먼저 주의를 시키는 게 좋다. 참고로 그의 애칭은 제리고, 그렇게 불러주면 멋이 안 난다고 투덜대지만 싫어하지는 않으니 모두 적당한 타이밍에 제리라 불러주기로 하자!
심각할 정도로 금전 감각이 엉망이다. 낭비벽이 있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돈을 어디까지만 써야한다는 감각이 고장 난 것처럼 보인다. 뭐가 비싸고 뭐가 싼 거고, 가성 비가 좋은지 나쁜지 전혀 판단하지 못한다. 사회가 쌓아놓은 개념에서 항상 자유로운 듯한 모습만 보이는 사람.

스프레이용 파스, 에너지바 8개




라쉬드 알 파리흐: "파리흐 씨, 요 앞에 같이 저녁 먹으러 안 갈래요?" 라쉬드와 제레미는 상극일 만치 그 성격이 정반대지만 뜻밖에 둘이 자주 붙어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훈련장에서라든가, 식당에서라든가, 심지어 여가까지도! 물론, 둘의 성격 차를 생각하면 마찰이 전혀 없다곤 할 수 없으나 그래도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덕택에 서로의 성향을 꽤 알고 있어 오랜 친구 사이처럼 제법 잘 챙겨주는 편.
지크베르트 T. 구스타프: "당신하곤 못 싸우겠어요, 지크." 초창기에 능력 사용이 미숙했을 무렵, 지크베르트와 함께 훈련하다 그에게 큰 상처를 입힌 적이 있다. 금방 치료를 받아 문제는 되지 않았으나 죄책감을 이유로 매번 병문안을 찾아가다 보니 현재의 사이가 됐다. 그러니까, 친구라고 하기엔 어색하나 동료라고 하기엔 가까운 미묘한 사이. 참고로 제레미는 그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크에게 검을 겨누지 않는다.
한가람: "한, 여기 근처에 새로운 맛집이 생겼다던데요?" 예전에 둘은 우연히 어느 맛집에서 만났다. 한에게 누나와 같이 맛집을 탐방하는 취미가 있었기 때문. 구석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던 제레미는 말을 섞어본 적이 거의 없던 사이였음에도 그에게 다가가 아는 체를 했고, 그렇게 얼렁뚱땅 시작된 인연이다. 종종 그들은 함께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언제는 계산하기엔 돈이 부족하자 제레미가 데리고 도망친 전적도 있다.
다니엘 디미르: "군인 그만하고 제레미 씨 동생 안 할래?" 어리숙함을 알아본 상인들 때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엄청난 바가지와 사기에 시달리지만, 다니엘하고 있을 땐 다르다! 비록 조카뻘이나 훨씬 성숙하고 사회 경험이 많은 듯한 그는 제레미를 도와줬던 일 이후로 그의 경제학 스승쯤 되었다. 하지만 뒷모습이 제법 비슷한 둘은 형제 같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런 비슷한 사이이기도 하다. 피는 나누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끈끈한 사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제레미 앞에선 다니엘에 관한 악담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아르체노바 틸리아: "시끄러울 땐 틸리 옆이 가장 편하거든요." 시끄럽고 탈도 많은 제레미지만 틸리아와 함께 있을 땐 다르다. 둘은 상대방을 조용한 안식처 정도로 여긴다. 가끔은 조용한 그녀를 데리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평범한 동료 겸 친구 사이로 보이지만, 실은 서로의 얼굴에 큰 흉터를 남긴 사이. 다만, 그게 너무 옛날이라 둘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사실을 알아도 쉽게 저버릴 관계가 아닐 듯하지만.